11월의 끝자락이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사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폐건물처럼 보이는 빌딩의 12층 공간은 처음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생활감 넘치는 곳이 되어있었다. 돌아갈 장소라고 하면 두 번째 정도로 떠올랐다. 원래 머무르는 집엔 아무도 초대한 적이 없다. 그곳엔 충동적 소비와 흥미 사이 균형을 감당하지 못한 부산물이 쌓여 있을 뿐이고, 그곳엔 몸을 눕히고 잠들 매트리스와 담요가 있을 뿐이다. 말을 걸고 함께 식사하고 감정을 주고받을 존재를 들이는 공간이 아니다.
왼쪽 손엔 열쇠가, 반대쪽 손엔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서류에는 익숙한 사람의 이름이 쓰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문 안에 있었던 사람이다. 나는 몇 장의 종이에서 그의 이름, 과거에 겪은 일들,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이유를 읽고, 일상적 사물을 하나 치워버리는 감각으로 문에 열쇠를 끼워 넣는다. 무심코 심호흡을 했다. 손잡이를 돌린다. 소음이 긴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여백을 긁어내린다.
문 건너편에는 아무도 없다. 소파 위 쌓여 있던 외투도, 테이블 구석을 채우던 인형들도, 레몬 향수의 끝자락도 모두 사라진 채 먼지 냄새만이 공기를 맴돈다. 냉장고에 남겨두었던 간식이나 언젠가 빌렸던 책, 함께 쓰던 욕실용품, 컴퓨터의 자잘한 파일들까지 완벽하게 사라졌다. 나는 처음부터 혼자였던 게 아닐지 착각하기 시작했지만, 손엔 여전히 그 사람의 사진이 들려 있었고…소파에 걸터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야경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지만 애초 그런 걸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아니라고 해도, 이젠 완벽히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체감한다.
리이치를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야 할까?
일기예보에서는 내일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사람을 죽이면 뒤처리를 하며 한참이나 기분이 나쁠 게 틀림없다. 오래 같이 지낸 상대를 죽여서 보수를 받는 자신을 떠올려본다. 익숙한 일이지만, 그 돈으로 무언가를 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만약 리이치가 물건이었다면 그리고 이 사무실이 나만의 것이었다면 나는 그를 사서 저 캐비닛에, 책상에, 컴퓨터 앞에 놓아두려 했을까.
노을 지는 풍경이 점차 별빛으로 흩어져간다. 멀리 백화점 옥상에 설치된 관람차가 보인다. 언젠가 타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너는 티켓을 사 올 수 있다고 대답했지. 됐어. 귀찮을 거 아냐, 하고.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리던 목소리. 겹쳐지는 다른 음성은 이제 떠오르지 않으려 한다. 그래. 사람이 죽으면 목소리부터 잊힌다고 했던 것 같아. (그걸 알려준 사람은 누구였지?) 특징 없는 외모에 특징 없는 목소리.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간…생각하기 머리 아파. 귀찮아. 인상을 팍 쓰며 등받이에 푹 기댄다.
삐──.
코트 주머니 속 다마고치에서 부저음이 울린다. 아,
죽었구나.